2008. 9. 16. 11:40

신기전(神機箭)의 놓치기 쉬운 명대사 (스포일러)

저 소나무는 고려 때 것이냐, 조선 때 것이냐?
설주(정재영)는 호위무사 창강에게 화약을 만들 수 없다고 뿌리치고 나서 절에 있는 형, 금오(이경영)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금오에게서 위 대사와 함께 화약을 만들라고 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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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주가 우리나라의 중대사를 승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나랏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금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오와 친 형.동생 사이인지 그냥 아는 형.동생 사이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둘의 부모님이 그 일로 돌아가신 건 대사에서 확실히 나옵니다.) 그래서 금오는 절에 온 것이라고 하죠.

금오는 자신의 부모도 나랏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돌아가셨지만 설주에게 다시 그 나랏일을 하도록 권합니다. 다시 뒤에 돕기도 합니다. 금오의 그런 생각의 이면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위 대사입니다.

산 속의 소나무 중에는 고려 때 부터 자란 소나무도 있고 조선 때 부터 자란 소나무도 있습니다. 고려-조선 교체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과 같은 역사가 지나갔지만, 소나무는 고려 때 자란 소나무든, 조선 때 자란 소나무든, 서로 어울려, 세월이 무상한 마냥 산 귀퉁이에 무심히 서있을 뿐입니다.

이방원은 고려조 충신 정몽주에게 조선조 건국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여가'로 알려진 아래의 시조를 읊었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긔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그러나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했습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는 이성계의 정황을 살피기 위해 그를 만나보고 귀가하던 중, 개성 선죽교에서 조영규와 그 일파에게 암살당했습니다.

금오는 불교의 귀의하면서 인생사의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는데 개인의 감정 때문에 고민과 번뇌가 생긴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동생인 설주에게 지나간 부모의 억울한 죽음은 잊고, 다시 억울한 죽음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화약을 만들라고 설득합니다. 그 신념의 확증은 손가락이 잘리고 칼에 베여 죽는 순간까지 비밀을 지킨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나무의 비유로 '세월의 무상함'과 '호국의 충'을 같이 설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밖에 없던 당시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영화관에서 보실 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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