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 22:42

다크나이트 - 질서의 이중성, 투페이스 하비 (3/4)

리뷰를 한 번에 써야 되는데 질질 끌었네요. 맙소사! 그래도 좀 구차하겠지만 사나이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랬다고 괜한 짓을 한 번 해봅니다. 다크나이트 리뷰 4부작 중 세번째 포스팅, 투페이스 하비에 대해 알아봅시다.

저질(低質) 포스트에는 역시 짤방 필수!


아주 멀고도 먼 옛날 학창시절, 자기 딴에는 본분을 다한다며 까칠하게 굴던, 못난 범생이 반장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조금만 떠들어도 이름 적고, 친구들은 종종 까먹을 때 준비물 안 챙겨온 적이 한 번도 없고, 숙제는 꼬박꼬박, 모범적이나 왠지 정이 안 붙여지는 그런 친구 말이죠.

제가 봤던 이름모를 만화에서는 그런 원칙을 잘 지키는 범생이 반장이 젤 나쁜놈으로 변합니다. 왠지 저는 거기에서 하비 덴트가 생각났습니다. 첫번째의 다크나이트 리뷰 포스팅에서 하비 덴트가 질서 선에서 질서 악으로 변했다고 했습니다. 그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봅시다. 저 반장과 같은 하비 덴트는 어떻게 선에서 악으로 갑자기 변할 수 있었을까요?

전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분명한 '질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치관 결정의 '근원 부족'입니다. 질서는 규칙을 만들고 자기 행동의 일관성을 보장합니다. 직선으로 걸어가는 보행자와 같죠. 술 취한 사람을 혼돈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는 비틀비틀 걸어가거나 제자리를 맴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 전진 방향이 바뀌게 되면 그 길로 방향을 틀고 다시 걸어갑니다. 방향의 전환이 한 번 일어나게 되면 뒤도 안돌아보고 매정히 걸어가죠. 왜냐하면 그는 질서를 따르는 것에 의심이나 두려움이 없거든요.

하비 덴트는 투페이스 하비로 방향 전환을 했습니다. 조커가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바람을 잡긴 했으나 어찌되었건 근본적인 이유는 가치관 결정의 '근원 부족'입니다. 하비 덴트는 배트맨 처럼 선의지의 확고한 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마냥 법이라는 규칙을 따를 줄만 알았지 법의 근원이 되는 선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옥소리씨의 간통죄 재판 결과(옥소리의 간통과 간통제의 폐지 by 강아지풀)가 생각나네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도 젊은 층을 위주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효도는 왜 해야하는지, 국가에 대한 충성은 왜 해야하는지, 신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들이 기성세대와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최근들어 급격화된 광고 매체 노출의 증가로 젊은 세대들이 일단 의심하고 보는 습관과 이성과 논리, 눈에 보이는 사실을 중시하는 성향이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가치관 정립의 '근원'이 분명해지 못했던 하비 덴트는 흔들렸습니다. 거기다가 질서 의식은 또 투철해서 조커의 꼬드김 한 번에 악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조커와는 다른 악인이 탄생한거죠. 투페이스 하비는 계획적이고 규칙이 있으며 목적이 있는(그것이 비록 잘못된 것일지라도) 악당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하비 덴트의 행운의 동전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원래 하비 덴트의 동전에는 양면이 같은 면이었습니다. 가끔 동전을 던져서 행동을 정하곤 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앞면만 있어 결정은 실상 자신이 해 온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불확실한 선의지를 이 행운의 동전에 의지해 이루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마음과 몸에 쓰라린 상처를 안겨준 화재가 있은 후 동전의 한 면이 새카맣게 타 버렸습니다. 이는 하비 덴트의 심정의 변화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는 앞면과 뒷면이 나누어진 동전을 들고 천역덕스럽게 예전과 마찬가지로 동전을 던져 결정을 합니다.

이제 하비 덴트가 질서 선이었다는 점에 의문을 품어 봅니다. 정말 하비 덴트는 질서 선이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건 불완전한 선의지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냉혹하게 평가하자면 위선적이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선적이다라는 것은 자신의 속마음과 행동이 다를 때 일컫는 말입니다. 내 마음 속으로는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이 투자할 때입니다. 투자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합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은 투자할 생각이 없으면서 말은 옳은 소리 한다는 것, 결코 입으로 의로움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하비 덴트 역시 인류애가 없는 법치를 말한다는 것에서 그런 위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의 다크나이트 리뷰 포스팅에서 질서 중립의 배트맨 - 다크나이트를 말하며 끝을 맺은 바 있습니다. 어둠의 기사. 그는 어떻게 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다크나이트 리뷰의 마지막인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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