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0. 16:59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보내야 한다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연인이 암으로 죽는다.

암으로 연인이 죽은 러브 스토리의 소재는 흔해 빠져 물이 완전히 빠진 시시한 이야기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직접 겪은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고 가까이서 지켜본 나는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대학교 1학년, 동아리의 간사님으로부터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는 검은 색 모자를 쓰고 언제나 즐거운 듯 웃는 얼굴이었다. 성경공부를 가르쳐주실 분이란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분은 간사님의 남자친구였다.

우리 대학생들은 환영했다. 30대를 넘어서신 간사님의 결혼 소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친구 분은 암 투병 중이었다.

그 해 늦 가을인지 겨울인지 생각나진 않지만 연말 즈음, 갑작스런 부고(訃告) 소식의 문자를 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간사님이 얼마나 힘드실까였다. 당시 방학 기간이라 지방에 내려가 있어 직접 찾아가 보지는 못했지만 간사님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했다. 평상시에도 눈물이 많으신 분인데 걱정이 많이 되었다.

또 드는 생각은 새로운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으실까 하는 걱정이었다. 나나 다른 사람들은 그 슬픔에서 일어나 새 사랑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떠나 보낸 사람의 마음에 미안한 마음과 죄 짓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몇 년 뒤, 내가 군복무 중 휴가로 나왔을 때 회기역 근처에서 간사님을 만났다. 커피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당시 내 고민을 이야기했다. "입대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못 잊겠다." 간사님은 걱정하는 눈짓으로 어서 빨리 잊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라 했다. 사실 나는 간사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 지 묻고 싶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이듬해 간사님은 젊은 목사님과 결혼했다. 지금은 출산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엄마가 됐다. 힘든 순간을 결국 이겨내고 행복을 찾았다. 아니, 행복은 쭉 간사님과 함께 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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