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11.07 한 남자의 과격한 슬픔 극복 프로젝트 - 퀀텀 오브 솔러스(약한 스포일러성 내포) (6)
  2. 2008.10.22 Viva la vida! 리뷰, Coldplay 그리고 자유의 여신 (4)
  3. 2008.09.18 우리네 인간은 악하다! (11)
  4. 2008.09.16 신기전(神機箭)의 놓치기 쉬운 명대사 (스포일러)
2008. 11. 7. 11:13

한 남자의 과격한 슬픔 극복 프로젝트 - 퀀텀 오브 솔러스(약한 스포일러성 내포)

사랑을 잃은 남자의 마음에 위로 한조각(Quantum of Solace) 남아있지 않은 상태의 본드.

약간의 스포일러
영화 보기 전에 봐도 무방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사람에 따라 분노를 느낄 수도 있는 영화 내용 포함.

본드는 베스터를 잊지 못하고 복수와 임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자존심 센 본드는 M 앞에서 애써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다. 그 위태한 줄다리기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M은 애가 타고, 본드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부조리한 재앙 앞에 선 인간은 쉽게 복수를 꿈꾼다. 그 대상이 나와 같은 인간일 때 복수에 대한 갈망은 극에 달한다. 본드는, 부모님의 원수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카밀에게 '단 한방이면 돼'라며 복수를 종용한다. 하지만 복수가 끝나고 허무라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카밀에게는 '죽은 자는 복수를 원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를 권한다. 뭔가 줏대가 없어 보인다...-_- 그의 빛나는 주먹처럼 툭툭 내지르는 본드.

마지막에서 본드는 복수를 카밀에게 처음 말했던 것 처럼 '단 한방'으로 끝내지 않았다. 본드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원수를 살려둔다. 그는 '쿨한 공무원'이니까. -_-;; 왠지 자신의 복수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을 정해보기 전에 카밀에게 넌지시 던져보고 다시 생각했던 것 같다. 이기적인 본드, 잔인해. 카밀 지못미.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인생을 당신의 손 끝 하나로 결정할 수 있게 될 순간이 찾아왔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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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2. 10:18

Viva la vida! 리뷰, Coldplay 그리고 자유의 여신



위 사진은 프랑스 국왕이었던 샤를 10세에 항거하는 농민 반란을 그린 프랑스혁명(7월 혁명)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들라크루아 作 〕입니다. 부산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산 명화 자석 세트 중에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하구요. 영국의 락밴드 Coldplay의 신보,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의 표지로도 씌였습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Viva la vida는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프리다 칼로는 몸이 쇠하여 이제는 정물화 밖에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지만, 마지막으로 그녀는 Viva La Vida(스페인어로 만세, 인생이여~! Live the Life)를 작품에 새겨넣었고 Coldplay는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Coldplay의 Viva la vida는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문화의 부흥기를 표현한 것과 같은 현악기의 풍부한 리듬감으로 시작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흥분과 기쁨으로 고조되어 있고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련되고 풍부한 음악과 표현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내용을 전개시킵니다. 하지만 가사 내용은, 대단했던 지난날에 대한 회상(Sweep the streets I used to own), 모든 게 허상이었다는 허무감(And I discovered that my castles stand Upon pillars of salt, and pillars of sand),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I know Saint Peter won't call my name)으로 조금 반어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래는 후렴구 입니다.

I hear Jerusalem bells are ringing / Roman Cavalry choirs are singing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저는 이 노래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Viva la vida"를, 삶의 치열한 투쟁 끝에 오는 기쁨을, 노래 가사에 어떻게 담은 걸까.

노래의 화자는 권력이 허상임을, 자신이 신 앞에 당당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것을 그리며 혁명의 당위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Viva la vida"의 말처럼 예루살렘 종이 울리고, 로마 기병대의 합창단이 노래하는 그들(혁명가)의 영광스러운 삶의 순간을 축복하면서 나의 죽음도 그에 참예할 수 있어 기쁘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쏘쿨하군요-_-;)

그러면서 마지막 후렴구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베드로가 내 이름을 부를 것이다!(For some reason I can not explain I know Saint Peter will call my name)"라는 고백에서 자신의 참회로 인해 죄의식에서 해방되었다(죄 고백으로 오는 구원)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will 의 발음이 분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터넷 가사 중 일부에서 마지막 후렴구는 will이라고 써 있군요. 나머지 후렴구에는 won't 입니다.)

결론을 맺자면, Coldplay의 Viva la vida는 이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1차원적인 인간적 욕심의 공허감을 캐치하고, 투철하게 삶의 진실을 좇는 영혼을 축복하는 프라다 칼로의 "Viva la vida!"를 샤를 10세의 독백으로 투영하여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럴때,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과 Coldplay의 샤를 10세, 프리다 칼로는 동일시 됩니다.

Viva la vida 타이틀 곡은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나누어주었다고 하는데 링크는 찾지 못하겠네요. 여기(Last.fm)여기(유투브)에서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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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8. 10:59

우리네 인간은 악하다!

인간이 악하다는 것을 논하기 전에 '악하다'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악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이기심이라 정의한다. 이기심은 욕망에서 나온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예쁜 가슴을 보면 만지고 싶고, 돈은 많을 수록 좋다. 한 뜻을 품으면 그 뜻이 조약하고 옹졸한 것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이루길 원한다. 그 욕망은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 빵 한 조각에 배고픈 두 걸인은 싸우고, 혼잡한 지하철에서 손을 잘못 놀리다가는 따귀를 맞기 십상이다. 부자는 더 큰 돈을 벌기위해 서민의 쌈지돈을 털고, 히틀러는 인류 사상 최악의 인물이 되었다.

아기는 얼마나 악한가! 순전한 욕망 덩어리다.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울음으로써 충족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배고프면 울고, 똥싸면 울고, 자고 싶으면 울고, 무섭게 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면 운다. 문제는 아기의 울음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만큼의 적정량을 지킬만큼 관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에 최우선적으로 민감하는 기생의 습성과도 같다.

아기는 성장과 함께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이 향상됨으로써 그 악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성장하는 아이를 만년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철부지 마냥 마마보이, 마마걸로 키우길 좋아한다.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어야 바르게 키울 수 있다는 오만함의 욕망이다. 그래서 제 자식이 개념없이 떠들어 대다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꿀밤을 맞으면 왜 남의 자식을 때리냐며 '너도 맞아볼래'라는 하극상의 표정을 지어,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명언이 빛나게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어떠한가? 형편없는 가정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을 '무엇이든 하나만 잘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나 정작 교육 정책들은 그 잘해야하는 하나가 '공교육'임을 주입시킨다. 시험을 잘 봐야하며, 나온 성적에 네 주제를 알고 거기서 전공을 골라라. 인성 교육은 온데간데 없고 난해한 다섯 가지 선택 중 잘 고르는 것이 덕이 된다. 이렇게 인성교육이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했던가. 개중에는 무식한 스승 밑에서 깨달음을 얻는 이가 있으니 다행 중 다행이요, 개천에서 용나는 격이다. 하지만 무의미하지만 치열한 이 세상의 경쟁 속에서 그 고귀한 뜻을 저버리거나 희석되지는 않을런지 자라나는 걱정을 금할 수 없다.

똑똑하면서 멍청하다고 할 수 있는 컴퓨터 CPU처럼 자라난 인간들은 삶의 의미가 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돈은 배고픈 욕망도 채워주고, 애인도 손쉽게 만들어주며, 뭐, 못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자연도 거스른다. 한 겨울에 일광욕을 즐기고 싶다면 비행기 타고 하와이로 떠나면 된다. 그래서 한창 꿈을 키워야할 대학생들이 제테크, 부동산, 로또에 미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상인을 천한 직업으로 여겼다. 다시, 그 직업이 천한 것이 아니라, 금욕에 집착하는 삶을 천하다고 여긴 것이다. 대신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 하여 제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 깨달은 것이다.

우리네 인간은 악하다. 정말로 악하다. 그러나 욕심에 제 몸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고 아직 가눌 여력이 있는 자라면 착해질 수 있다. 그 삶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다. 시작은 어디서 하는가? 모든 욕심을 한번 다 내려놓고,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라.

몸빼 바지에 반달 챙 모자를 쓰고 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당신이 보기에는 어떠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삶은 욕망의 노예인 당신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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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6. 11:40

신기전(神機箭)의 놓치기 쉬운 명대사 (스포일러)

저 소나무는 고려 때 것이냐, 조선 때 것이냐?
설주(정재영)는 호위무사 창강에게 화약을 만들 수 없다고 뿌리치고 나서 절에 있는 형, 금오(이경영)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금오에게서 위 대사와 함께 화약을 만들라고 권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주가 우리나라의 중대사를 승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나랏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금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오와 친 형.동생 사이인지 그냥 아는 형.동생 사이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둘의 부모님이 그 일로 돌아가신 건 대사에서 확실히 나옵니다.) 그래서 금오는 절에 온 것이라고 하죠.

금오는 자신의 부모도 나랏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돌아가셨지만 설주에게 다시 그 나랏일을 하도록 권합니다. 다시 뒤에 돕기도 합니다. 금오의 그런 생각의 이면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위 대사입니다.

산 속의 소나무 중에는 고려 때 부터 자란 소나무도 있고 조선 때 부터 자란 소나무도 있습니다. 고려-조선 교체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과 같은 역사가 지나갔지만, 소나무는 고려 때 자란 소나무든, 조선 때 자란 소나무든, 서로 어울려, 세월이 무상한 마냥 산 귀퉁이에 무심히 서있을 뿐입니다.

이방원은 고려조 충신 정몽주에게 조선조 건국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여가'로 알려진 아래의 시조를 읊었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긔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그러나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했습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는 이성계의 정황을 살피기 위해 그를 만나보고 귀가하던 중, 개성 선죽교에서 조영규와 그 일파에게 암살당했습니다.

금오는 불교의 귀의하면서 인생사의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는데 개인의 감정 때문에 고민과 번뇌가 생긴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동생인 설주에게 지나간 부모의 억울한 죽음은 잊고, 다시 억울한 죽음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화약을 만들라고 설득합니다. 그 신념의 확증은 손가락이 잘리고 칼에 베여 죽는 순간까지 비밀을 지킨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나무의 비유로 '세월의 무상함'과 '호국의 충'을 같이 설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밖에 없던 당시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영화관에서 보실 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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